경제 / / 2021. 6. 1. 02:59

가마우지 경제, 펠리컨 경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경제용어 중에는 어려운 경제현상들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의 특징을 빗댄 표현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동물을 빗댄 경제용어 중에 "가마우지 경제"와 "펠리컨 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가마우지 경제란?

'가마우지'는 러시아 동아시아 지역과 일본 규슈 북부 지역 그리고 한국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살고 있는 '물새'이자 '텃새'입니다. 철 따라 자리를 옮기지 않고 거의 한 지방에서만 살고 있는 새입니다. 국내에서는 거제도, 거문도 및 백령도 등 서남해안의 작은 무인도의 암초가 많은 해안의 절벽에서 생활하며 번식을 합니다. 둥지는 천적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위 절벽의 층을 이룬 오목한 곳에 마른풀이나 해초를 이용하여 만들고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민물가마우지'처럼 내륙 강이나 호수 등에 살지 않고, 바닷가 암벽에서 서식합니다.

 

가마우지는 발가락 사이로 물갈퀴가 있으며,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입니다. 잠수한 후에는 바위에 올라가 날개를 펼쳐서 햇볕에 말리곤 합니다. 

 

가마우지는 물 위에 떠 있다가 빠르게 잠수해서 물갈퀴가 달려있는 발로 힘차게 헤엄을 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입니다. 잡은 물고기는 물 위로 가지고 올라와서 먹습니다. 이와 같은 사냥 습성 때문에 일본과 중국 소수민족 그리고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이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 가마우지를 활용하여 '은어'를 잡기도 합니다. 바위에 붙어있는 부착조류를 먹고사는 은어는 그물로 잡기가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바닥에 돌이 많아서 그물에 돌에 걸려 찢어지기 쉽고, 낚시로 잡으려고 해도 미끼가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가마우지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가마우지를 물에 들여보내 은어를 잡아 오게 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밤에 배를 띄우고 불을 밝힌 채 가마우지가 고기를 잡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귀족들의 큰 놀이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풍경은 지금 현재에도 여름철에 일본 교토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마우지를 이용해 사냥을 할 때는 가마우지 목에 줄을 묶고 물고기를 사냥하게 한 뒤에,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기 전에 목을 졸라서, 잡은 물고기를 뱉어내게 하는 조금은 잔인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사실 '공생관계'에 가깝다고 합니다. 어부들은 가마우지에게 물고기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굳이 가마우지를 묶어놓지 않아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빗대어 경제학에서는 "가마우지 경제(Carmorant Economy)"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주로, 원자재나 부품 등을 수입한 후, 이를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든 후 수출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간 가공 국가를 "가마우지"에 비유를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주로 일본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소재 등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품목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면 일본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더 많이 벌게 됩니다. 즉, 아무리 열심히 한국이 일해도 결국 소재산업의 목줄을 쥔 일본이 그 과실을 모두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가마우지'로, 일본은 '어부'로 빗대어 사용을 한 것입니다.

 

"가마우지 경제"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지난 1988년 <한국의 붕괴>라는 책을 쓴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는 양쯔강의 가마우지 같다며, 목줄에 묶여 물고기를 잡아도 곧바로 주인에게 바치는 구조"라고 비꼬았습니다. 

 

이렇게 썩 유쾌하지 않은 소리를 들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조립 · 완성만 가능하고, 원자재나 부품의 공급은 자체적으로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입해 써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가마우지 경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제조업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어, 한국은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가 21년 동안이나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에서는 얼마 전 이러한 점을 노려서 반도체를 비롯하여 한일 경제전쟁을 촉발시킨 것입니다.  

 

'고무로 나오키'의 책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한 적나라한 지적이자, 언젠가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실려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국내 전문가들 모두 한결같이 "가마우지 경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강조하게 되어, 우리나라가 핵심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펠리컨 경제란?

"가마우지 경제"의 반대말로 "펠리컨 경제(Pelican Economy)"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부리 주머니에 먹이를 담아 자기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육성에 참여하고 이익을 충분히 나눠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제를 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대기업의 호황기조가 강한 최근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핵심부품 및 소재 등의 산업 자립도를 발전시켜보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보면 펠리컨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와인잔'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와인잔으로 비유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와인잔 모양과 비슷한 "계층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위에 매우 큰 면적을 차지하는 잔의 보울(Bowl) 부분은 한국의 '대기업'을 가리킵니다. 면적이 큰 만큼 한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잔의 밑받침 부분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을 가리킵니다.  이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직적 구조로 봤을 때 대기업과 기업 수익성 부분에서 많은 격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와인잔 가운데 있는 얇은 기둥 부분은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중견기업의 부재"를 비유합니다. 이렇게 앙상한 와인잔의 기둥은 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무너져 내리기 쉬운 경제구조와 수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 못하는 기형적인 산업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일본과의 무역 전쟁을 계기로 민관 공동으로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연기금 · 민간투자자 등이 참여해 소재 · 부품 · 장비에 투자하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개선할 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 "펠리컨 경제"로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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